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숨 고르듯 살아내는 날들

misobetter 2025. 4. 25. 10:08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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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는 무너졌던 순간을 또렷이 기억하지 못한다.

너무 많은 날들이 비슷했고,

하루하루가 흐릿하게 겹쳐졌기 때문이다.

 

누워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,

나는 점점 더 내 안으로 숨어들었다.

생각은 많았지만, 움직임은 없었다.

 

그러다 문득 스쳐간 질문 하나.

“이렇게 지내서 달라질 게 있을까?”

그 질문이, 내가 다시 세상을 바라보게 만든 시작이었다.

 

그 시절, 내 곁에는 매일 묵묵히

출근하고 퇴근하던 사람이 있었다.

내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날에도 그는 내 곁을 지켰고,

지친 얼굴을 애써 웃음으로 바꾸며 나에게 따뜻하게 말했다.

 

그 사람은 내게 무언가를 강요하지 않았다.

책임을 묻지도, 다그치지도 않았다.

그저, 내가 다시 움직이기를 바랐고

그 응원은 말보다도 더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.

 

내가 처음으로 조심스레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,

나보다 먼저 기뻐해준 것도 그였다.

내 작은 변화에 누구보다 먼저 웃어준 사람.

그 웃음 하나가,

나를 다시 움직이게 했다.

 

요리를 했다.

장보고, 레시피를 찾고, 뚝딱뚝딱 해냈다.

힘든 하루를 마치고 돌아온 사람에게

“맛있다”는 말을 듣는 그 순간이 좋았다.

 

그러다 새로운 걸 시작했다.

처음엔 재미와 가능성에 마음이 부풀었다.

그런데 기대만큼의 결과가 따라오지 않자,

나는 다시 움츠러들었다.

 

‘나는 또 잘하지 못하는 사람일지도 몰라.’

그 감정이 슬그머니 찾아왔고, 무언가를 시작했다

멈춘 나를 보며 실망하는 내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.

 

하지만 이번엔 달랐다.

나는 쉬지 않았다.

다른 방향을 찾았고, 내가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이어갔다.

기록하고, 정리하고, 나를 돌아봤다.

 

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배워가며.

그렇게 하루하루 쌓아가며 생각했다.

“이번엔 끝까지 가보자.”

 

나는 알고 있었다.

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주진 않는다는 걸.

그래서 시간을 쓰는 법을 바꿔보려는 중이다.

 

비록 아직은 작고 불안한 움직임이지만,

이 움직임이 언젠가 또 다른 가능성의

씨앗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.

 

 


 

 

 

 

들키지 않게, 아주 조용히.

나는 나를 다시 살아내고 있었다.